비를 좋아하는 여자
안개비 내리면
사색에 젖기 좋아하는 여자
이슬비 내리면 하늘을 바라보며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에
오감을 깨우는 여자
가랑비 내리면 그 빗속을
걷기 좋아하는 여자
장대비 내리면 창가에 앉아
모카향 풍기는 연한 커피
마시기 좋아하는 여자
소나기 내리면
무지개를 볼 수 있을까
동심으로 돌아가는 여자
비오는 날이면 누군가에게
그리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여자
그 여자는 오늘처럼
밤비 내리는 날이면
어디를 헤메이고 있을까
[ 박경애님 글 ]
비의 미소 / 까치.김정선
쌀쌀한 눈빛 싸늘한 입술로
떠나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랴
떠나가는 사람, 떠난 사람 많은 세상 위안 삼아
멋적은 웃음 한 올 풀풀 날리며
지나가는 바람에 괜스레 눈길만 견주었다
바람은 방향을 상실한 발길을 더듬어
산천(山川) 흘러가는 만남과 이별의 중간 어디쯤
못난 사내의 지독한 버릇을 아는지라
벌 나비 꽃, 안개 낭자한 호수 아래 몸을 숨겼다
벼꽃이 필 때쯤이나 천둥번개를 동반한 몸부림칠까
그리고 아마 한 사나흘쯤 지나서
비의 미소라던지,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라던지
잡다한 언어로 얼룩졌던 그 창문을 사이에 두고
창문 이쪽으로는 푸른 미라가 피어났고
저쪽으로는 누군가 연신 손짓하며 오고 있었다
벌 나비 꽃, 별 나비 꽃
하나 더 눈물 숨기며
비의 미소 피어나는 이쪽과 저쪽 사이에서
꼼짝없이
아. 가끔은 눈물이 나도록 보고 싶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