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이와 의 대화
항상 어리게만 봤고 철 없는 소녀인가 했는데
중학생이 되더니 훌쩍 커버린 빈이
암벽에 붙어 온같 비바람과 악천후 속에서도 멋지게 살아가는 저 소나무 처럼 푸르름을 잊지말고 미래의 멋진 인물이 되길
소녀의 낭만 과
기도
그리고
꿈속의
포부여 나 열심히 노력 할터이니 모두 지켜 봐 주셔요
빈이의 오늘에 기도중
오늘도 사랑하는 너희들을 위하여 흔적을 남기다.
폭풍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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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 탁- 폭풍이 쓸고 남은 이 자리에는 오직 여운과 미련만이 남아있었고, 발걸음 소리는 점점 작아지며 울려퍼질뿐이었다. 그의 다급한 발걸음 소리는 정체모를 문 앞에서 멈췄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문 손잡이를 여러번 어루만지다가 이내 손에 힘을 풀어 떨어뜨렸다. 뭔가가 두려운듯한 그의 눈은 텅빈듯 공허할 뿐이었지만, 그의 눈 속에는 슬픔이 우두커니 자리해있었다. 슬픔 옆에는 자그마한 두려움이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숨어있었다. 그는 눈을 감을 여유조차 없이 떨고있었다. 그는 문을 열었다. 끼이익- 하는 듣기 싫은 굉음도 그에게는 오직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그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 방 안을 바라보았다. 방 안은 놀랍도록 공허하였다. 마치 그의 텅 빈 눈동자처럼 공허하였다. 싸늘하게 공허한 그 방 안에서는 오직 그의 흐느낌과 열린 창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소리만이 공존하였다.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환한 햇빛은 누구보다도 따뜻하게 그를 감싸안아줄 수 있었지만, 그의 겉은 너무도 차가워서 그 누구도 다가갈 수 없었다. 그의 아픔이 벌어져 만들어진 상처는 너무도 커서, 그 무엇도 상처를 덮지 못하였다. 그녀가 책을 놓고 공부를 하던 책상이 오늘따라 유난히 쓸쓸해보였다. 그녀가 앉아 쉬던 침대가 오늘따라 먼지가 얹은 듯 낡아 보였다. 그녀의 숨소리가 없어진 이 곳은 더 이상 따뜻함으로 채워진 공간이 아니었다. 그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임을 알면서도 그것을 피하려 눈을 감았다. 휘이- 하는 바람소리만이 그의 귓 속을 채웠다. 째깍거리는 시계소리가 그의 가슴을 갈기갈기 찟어놓는것같았다. 가슴이 막막하고 먹먹하게 매어와 그는 주저앉았다. 문에 기대 주저앉은 그의 눈에서는 놀랍도록 차가운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내 문은 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끼익- 철컥, 하는 소리를 내며 매몰차게 닫혀버렸다. 동시에 그의 심장도 덜컥, 소리를 내며 매몰차게 절벽 아래로 떨어져갔다. 그는 모든걸 포기한듯한 헛웃음을 내보냈다. '웃음', 과연 그것을 웃음이라 칭해도 되는걸까? 그의 피식-, 거리는 웃음은 허무한 감정이 가득 담겨있으면서도 슬펐다. 붉게 충혈 된 그의 눈에서 눈물 몇 방울이 다시금 떨어져 턱 끝에 맺혔다. 이내 투욱- 하고 떨어진 눈물이 그의 정장을 적셨다. 그는 눈물자국이 잔뜩 어린 볼을 한 번 쓸었다. 그의 손에 물기가 어렸다. 그는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그는 자리를 뜨면서도, 마지막까지도 그녀만은 행복하기를 바랐다. 그것이 그가 느끼는 진실 된 사랑이었다. 그는 아직까지도 그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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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텅 빈 방에 들어서자마자 미련이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따뜻한 온기따위는 없이 차갑고 쓸쓸해보이는 방 안에는 그가 사준 소설책들이 가득하던 책장도, 그가 안고 자라며 선물해준 작은 곰돌이 인형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약간의 허전함을 느꼈을뿐이었다. 그 이상의 감정은 '아마'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그녀는 먼지가 잔뜩 내려앉은 침대 위를 대충 털고 앉았다. 생각보다 푹신한 침대에 그녀는 어딘가 허전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허탈한 미소, 그것은 허탈한 미소였다. 그 미소는 행복도, 기쁨도, 그 무엇도 담겨있지않은 텅 빈 미소였다. 억지미소, 슬픔을 가득 담은 미소, 모든 감정을 참는 듯한 미소, 버티기 위해 내뱉는 진심 없는 미소였다. 그녀는 가만히 눈을 감고 그와의 추억들을 회상하였다. 눈을 뜨니 텅 빈 방이 보일뿐이었다. 눈시울이 점점 붉어지고 눈물은 볼을 타고 아름답게 흘러내렸다. 그녀의 눈물은 따뜻하였고, 그녀의 눈물은 차가운 침대시트에 떨어지며 차갑게 식어갔다. 그녀마저 그 방의 차가운 공기에 식어가고있었다. 그녀는 가만히 앉아 미묘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얼핏 보면 그녀의 표정은 시원섭섭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딱히 속시원해보이지도, 그렇다고 그다지 섭섭해보이지도 않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티 없이 맑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빈틈이 보이지않았다. 온통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런 눈동자마저 아름다워보였다. 정말 맑은 슬픔이어서, 그래서 더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는 푹신한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조그마한 틈새로 따뜻한 기운이 몰려오며 그녀를 나른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서도, 마지막까지도 그는 자신을 빠르게 잊어주기를 바랐다. 그녀는 그를 사랑해서 이별했기에, 사랑해서 사랑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아직까지도 그를 사랑한다.
이별이라는 폭풍이 그와 그녀를 쓸어간 날, 그 둘은 서로를 가장 진실되게 사랑하였다_° 정말 아름다운 이별이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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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d